숲#나#나나#존재#사건#결혼#둘#사물#1 [창작 시] 숲 숲 어디 다른 곳에 나를 두고 온 듯한 느낌 불안에 휩싸여 떤다 거기서 나는 홀로 헤매인다 나는 존재 없이도 이곳에 존재한다 숲에 온 뒤로 나는 행복하고 노래하면서 나무 냄새에 취한다 나를 못 잊어 불안에 떨면서도 모든 것을 누리며 활기차다 언젠가 나란 존재가 나를 찾아서 여기까지 올지 모르지만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 나를 찾아 꿰맞출지도 모르지만 당분간 내 몸은 과거와 이별한 채 숲을 누릴 수 있으리라 나는 두 번 존재한다 나의 나로서 혹은 나 없는 나로서 둘 중 하나이기를 고집해서도 안 되고 둘이 하나라고 믿어서도 안 된다 둘이 여전히 둘인데 모든 둘은 나다 '나나'이며 나는 둘이 아니다 숲은 나를 나로부터 떨어져 쉬게 한다 잠시 나는 나 아닌 사물처럼 존재한다 나를 도려내고 텅 빈 나다 숲에서만 신비.. 2021. 5.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