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과수원#가을#사과#1 [명시 산책] 송찬호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과수원 노란 택시를 타고 가을이 왔다 그런데 그렇게 앳된 가을은 처음 보았다 가을은 최신 유행의 결혼 예복을 입고 있었다 새 손목시계 새 구두 노랗고 산뜻한 나비넥타이가 따분한 인생으로부터 달아나려는 그를 간신이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 구두에 달라붙는 흙을 피해가면서 그 얼뜨기 가을은 길을 몰라 한동안 과수원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그때 나는 보았다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사과의 이마가 발갛게 물드는 것을 이윽고 가을이 울타리 너머 손을 뻗었다 찌를까, 찌를까, 탱자나무 가시의 망설임이 역력해 보였다 그럴 법도 했다 사과를 키운 건 가시이고 그 가시의 손으로 바람 속에서 요람을 흔들고 과육을 씻겨주었다 ―송찬호 【산책】 가을이 빨리 왔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 .. 2020. 8.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