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규#트럼펫#빛#공기#오독#1 [명시 산책] 송종규 <트럼펫> 트럼펫 벽장이 열리자 호수가 나왔다 호수가 열리자 느티나무가 나왔다 느티나무가 열리자 소복한 햇살이 나왔다 햇살이 열리자 애드벌룬이 나왔다 그것은 높이 날아올랐다 그것은 최상의 포즈로 솟구쳤다 그것은 불현듯 사뿐히, 내려앉기도 했다 이 공원에서 나는 나를 오독했고 번번이 발을 헛디뎠다 내가 나를 나무랄 틈도 없이 생은 자주 빗나갔다 방이 열리자 벽장이 나왔다 벽장이 열리자 소복한 시간이 나왔다 시계를 열자 햇살과 거대한 느티나무가 나왔다 느티나무를 열자 햇살과 거대한 느티나무가 나왔다 느티나무를 열자 아주 두꺼운 문장이 나왔다 나는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경이로운 소리들이 땅 아래 뿌리와, 공중에 뜬 초록 잎사귀들 사이를 오르내렸다 빛들이 후두두둑 떨어져 내렸다 방문을 닫아건다 이제 나는 안전하다 푸른.. 2022. 7.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