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그림자#뿌리#무덤#불행#이발관#상점#의치#1 파블로 네루다 <산보> 산보 때때로 사람 되기가 힘들다는 걸 느낀다. 때때로 양복점이나 영화관에 들어가 풀죽은 자신을 발견한다. 솜뭉치로 만든 백조처럼 어쩔 수 없이 잿더미와 원시밖에 없는 물속을 헤엄치는. 이발관의 냄새는 날 소리쳐 울게 한다. 내가 바라는 건 돌이나 양털의 휴식, 건물들이니 정원이니, 상점들이니 안경이니, 승강기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나는 내 발이니 손톱이 싫을 때가 있다. 내 머리칼이며 나의 그림자가 지겨울 때가 있다. 때때로 사람 되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그건 통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백합꽃 한 송이를 꺾어 공증인 따위를 놀라게 해준다든지 귀로 때려서 수녀 하나쯤 죽여 놓는다든지 하는 거. 그건 아름다울 수도 있다. 가령 파란 칼을 들고 길에 나가 추워 죽을 지경이 될.. 2020. 6.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