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곡예사#찰나#치밀하게 계산된 영감#1 [명시 산책]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곡예사> 곡예사 공중그네에서 공중그네로. 북소리가 멈춘 뒤 갑자기 찾아든 죽음과도 같은 적막 속에서. 느닷없이 놀란 공기를 헤집고 관통하면서. 또다시 추락의 타이밍을 비껴난 육신의 무게보다 한 템포 더 빠르게. 그는 솔로였다. 아니 솔로보다 더 작고 부족한 존재였다. 절름발이였기에, 날개를 잃어버렸기에. 이 모든 결핍은 더욱더 크나큰 장애가 되어 마침내 그는 깃털 하나 없이 적나라한 시선 속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풀쩍,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힘겹지만 가볍게, 끈질긴 민첩함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영감 속에서. 너는 아느냐, 비행의 순간을 낚아채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이고 기다려야 했는지. 너는 아느냐. 자신이 지닌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만 .. 2020. 7.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