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감옥#옥중대화#정의#사랑#존엄#선물#은혜#은총#스스로#인생1 벽 B가 A를 다시 만났을 때 B는 수줍은 아이처럼 노트 한 권을 건넸다. B가 세상에 없었을 때를 기억하며 쓴 것들이었다. 감옥에서도 일기를 썼단 말인가? A가 물었다. 아니, 나와서 그때를 생각하면서 써본 거지. A는 노트를 받아들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도 읽은 적 없는 것이겠지. A가 말했다. 응. B가 대답했다. 이것 참. 한 사람의 숨겨진 인생을 본다는 게……. 그냥 말로 하면 안 될까. 보기 싫다면 이리 줘. B가 손을 내밀었다. 아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왠지 좀 숙연해져서 말이야. 이런 건 내 체질이 아니어서 말이지. 그냥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어보라는 것뿐이야. 그래, 그럼 우선 커피 한 잔 하고, 담배 피면서 천천히 읽도록 하지. 그는 벽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3년 반이.. 2020. 5.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