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고요#사랑#고독한 사람의 몸짓#1 [명시 산책]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요> 고요 너는 들리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두 손을 쳐든다- 너는 들리는가, 이 술렁이는 소리가······ 고독한 사람의 몸짓에는 많은 사물이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을까. 너는 들리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눈을 감는다. 이것도 소리가 되어 너의 귀에 닿는다. 너는 들리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다시 두 눈을 뜬다······. 그러나 왠지 너는 여기 없다. 보일 듯 말 듯한 나의 움직임이 비단 같은 고요 속에 뚜렷이 떠오르고, 지극히 약한 자극도 지워지지 않고 먼 곳에 드리운 장막에 찍혀 나온다. 나의 숨결에 따라 별이 뜨고, 별이 진다. 나의 입술에 마시란 듯이 향기가 밀려온다. 나는 먼 곳에 있는 천사들의 손목을 분별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하는 너만은 보이지 않는다. ―라이너 마리아.. 2020. 9.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