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해변의 얼굴#해변#파도#얼굴#혀#코#귀#넘치는#표정#여관#1 [명시 산책] 김행숙 <해변의 얼굴> 해변의 얼굴 얼굴로부터 넘친 얼굴, 나는 당신이 모르는 표정을 짓지만 내 얼굴엔 무언가 빠진 게 있을 거야. 코로부터 넘친 코, 코에서 코까지 앞만 보고 달려가면 결국 코가 없고 귀로부터 넘친 귀, 귀에서 귀까지 귀를 막고 뛰어가면 세상은 온통 귓속 같고 입을 꽉 다물면 이빨은 자라지 않고, 편도선은 부풀지 않는가. 거품은 일지 않는가. 사진 속의 파도처럼 내 혀는 꼬부라져 있네. 얼굴을 침실처럼 구미고, 커튼을 내리고, 나는 혀를 달래서 눕히네. 나는 사탕 같은 어둠을 깔고 나는 당신이 모르는 표정을 짓지만 내 얼굴엔 무언가 남아도는 게 있을 거야. 여관 여주인처럼 자다 깨어, 자다… 열쇠를 건네네. 빈방 같은 눈동자 소파 같은 입술 그리고 샤워기 밑에서 50분 동안 비 맞고 서서 얼굴로부터 넘치는 저.. 2020. 7.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