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숲속의 키스#얼굴#목#1 [명시 산책] 김행숙 <숲속의 키스> 숲속의 키스 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두 개의 목이 기울어질 때 키스는 가볍고 가볍게 나뭇잎을 떠나는 물방울, 더 큰 물방울들이 숲의 냄새를 터뜨릴 때 두 개의 목이 서로의 얼굴을 바꿔 얹을 때 내 얼굴이 너의 목에서 돋아나왔을 때 ―김행숙 【산책】 사랑을 할 때 너의 몸이 나의 몸과 겹쳐 다른 몸이 될 때 사랑을 할 때 너의 얼굴이 나의 얼굴을 덮어 아수라의 얼굴이 될 때 사랑을 할 때 너의 위장이 나의 대장과 꼬여 안과 밖에 뒤바뀔 때 사랑을 할 때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랑과 죽음이 한 실타래로 넘나들 때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고 두 개를 하나라고 느낄.. 2020. 8.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