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형#휜#음악#당신#사랑#많은사람#오직나하나#1 [명시 산책] 김소형 <휜> 휜 이 밤, 당신의 연주를 듣고 싶어요 헝클어진 머리칼 우린 사람들을 불렀죠 우린 노래를 불렀죠 당신의 연주를 기억해요 내가 하품을 하면 건반을 두드렸죠 테이블도 없는 카페였어요 국화를 잔뜩 깔아놓고, 아, 그래요 난 그곳에 앉아 있었어요 내 친구, 당신이 치는 피아노엔 창문이 달려 있었던 것 같아요 바람이 불었죠 내 몸은 애드벌룬처럼 떴을지 몰라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당신의 눈부신 하늘이 보였을 거예요 대리석으로 된 얼굴들이 떨어지고 눈물이 쏟아지고 창문은 열리고 닫히고 반복했지요 하지만 이 밤, 내 친구, 늦은 밤이 왔어요 퀴퀴하고 더러운 몸에서 시수가 흐르고 지옥에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당신의 음악이 텅 빈 입과 내 눈에서 빙글 돌고 있어요 ―김소형 * 시수屍水 : 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 2022. 6.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