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재#담장의 의지#명시#산책#담장#신발#안과 밖#날씨와 풍경#1 [명시 산책] 김선재 <담장의 의지> 담장의 의지 신발을 돌려놓으면 누군가 들어왔다 안에도 없지만 밖에도 없는 사람이 우리가 발을 맞춰 같은 말을 되풀이할 때 기대가 기대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안으로 나가려는 사람과 밖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서로를 밀어낼 때 이제 막 시작되는 날씨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풍경이 쪼개진다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을 텐데 쓰는 순간 사라지는 구름과 소리 내면 지워지는 물방울 사이에서 공을 굴리는 아이들은 굴릴 만큼 굴리고 나서야 돌아갔다 다 자란 꽃을 주울 때마다 바닥이 드러났다 틈만 나면 틈이 되었다 속삭이기 좋았다 그늘을 지운 담장도 그늘이 되기에 좋고 입술을 깨물면 배고픔이 덜하다고 했다 깨문 자리마다 입술이 피어났다 벽이 되는 손자국을 따라 무성한 것들은 다 비밀이어서 악수를 나누면 돌아서야 한다 바.. 2022. 4.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