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낫 #사랑1 [명시 산책] 김기택 <낫> 낫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와락 안겨올 것 같아 날은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있다 ―김기택 【산책】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고 했던가. ㄱ자는 바로 서 있고, 낫은 좀 구부러져 있으니 모를 수밖에. 낫은 누군가를 찌르지 않게 안쪽으로 살짝 구부러져 있다. 아주 미세하게 안쪽으로 말려 있어서 곧게 뻗어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낫은 안쪽에만 날이 서 있다. 그러나 벼를 벨 수도 있고, 물론 사람의 목을 벨 수도 있다. 그러나 칼이 있는데 낫은 무기로서는 점수가 낮다. 낫은 .. 2023. 9.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