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찬 손#남편#아내#손#1 [창작시] 그대의 찬 손 그대의 찬 손 3월 중순인데 꽃을 시샘하는 바람 불고 검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젊은 성악가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운전대를 잡은 손이 차다 "오늘은 장갑을 끼고 오지 않았네" 집을 나설 때 남편 말을 무시했는데 요즘 날이 너무 좋아서 까맣게 잊었는데 손이 시리다 "손이 이렇게나 차?" 남편이 놀란다 라보엠 여주인공은 병들어 죽어간다 쳐도 멀쩡히 산 사람 손이 이렇게 차다니 아내의 손을 처음 잡은 듯 그의 손이 떨린다 남편의 손은 온기로 따뜻하고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다 내 손은 달아오르고 그의 손 온도는 내려간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해도 위험하지 않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으니 든든하고 푸근하다 데워진 손으로 찬 손을 문지른다 한 사람의 손이 이토록 다르다니 아수라백작처럼 내 속에 두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2023. 3.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