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1 [창작 시] 흰 개 흰 개 삼거리 영양탕집 흰 개는 순하다 주차장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다가 사람이 가까이 와도 짖지 않는다 자동차가 밀고 들어와도 꿈쩍하지 않는다 흰 개는 무표정하다 사람들이 주인집에 와서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흰 개는 손님들의 식탁에 오를 날을 헤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양탕집 주인은 흰 개를 잡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은 식구를 팔 수는 없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흰 개는 무심하다 삶과 죽음이 자기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게 분명하다 흰 개는 묶여 있고, 더는 달릴 수 없다 흰 개는 조금씩만 먹고, 하품할 때를 빼고는 별로 입을 벌리지 않는다 주인이 개를 잡거나 어디 다른 곳으로 팔거나 흰 개는 저항하지도, 이의를 제기하지도, 크게 짖거나, 혹은 울지 않을 것이다 삼거리 영양탕집 .. 2020. 6.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