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모차르트의 산등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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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모차르트의 산등성이

by 브린니 2022. 8. 23.

모차르트의 산등성이

 

 

구불구불한 소나무들과 둥근 계단식 논이

모차르트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크풍의 키리에와 근대풍의 그리스도

장음계와 단음계, 반음계와 이명동음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모방할 수 없는 균형들

 

산과 숲과 나무와 논과 방갈로

도시풍 카페가

예외로 가득 찬 법칙을 이루고 있다

 

부자들은 산언덕에 집을 짓는다

길을 내고 물을 대고 풍경을 만든다

문화는 늘 인공적이다

그걸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자연도 화장을 하고 옷을 입을 때 아름다운가

침묵하던 원초의 음은 천재의 악보에 담길 때 소리를 낸다

세상 모든 악기들이 똑같은 음을 서로 다르게 연주할 때 하나의 법이 완성되는가

 

아름다움이 도열하는 군대의 법

무정부주의에서는 볼 수 없는 절제와 관용과 공감

 

죽음은 지난 몇 년간 나의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죽음과 자리를 바꾸는 날을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친구와 헤어지는 날 친구는 생일을 맞는다

 

눈물의 날, 그날에……

 

태어난 날의 기쁨과 죽는 날의 평화가

둥글게 입을 맞출 때

미래가 끝날 때

 

, 이 모든 행복한 날들을 위해

 

사람들은 집을 짓고

아이들을 낳고

신비한 술을 마시고

신성한 노래를 부른다

 

모든 것이 듣기 좋군요. 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갑작스럽게 음악이 끊기자

검은색 음료에 초코아몬드브라우니를 먹던 손님들은 잠시 놀랐다가 다시 떠들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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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지난 몇 년간 나의 최고의 친구였습니다”(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눈물의 날, 그날에……”(미완성 유작 <레퀴엠>의 한 대목, 모차르트는 이 곡을 쓰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모든 것이 듣기 좋군요. 하지만 지금 여기서는……”(“모든 것이 듣기 좋군요. 하지만 교회에서는 안 됩니다.” 모차르트가 어느 오페라 작곡가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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