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게오르크 트라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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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게오르크 트라클 <봄>

by 브린니 2022. 6. 2.

 

 

어두운 걸음걸이에 눈밭이 내려앉고,

나무 그늘에서는

연인들이 장밋빛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줄곧 선장의 외침에 뒤따르는

별과 밤;

노는 조용히 박자에 맞추어 물에 부딪힌다.

 

무너진 성벽에서 피어나는

제비꽃들,

그리고 조용히 초록이 피어나는 외로운 자의 옆머리.

 

게오르크 트라클

 

 

산책

 

61,

봄이 갔다.

 

살포시 왔다가

슬그머니 떠났다.

 

5월엔 곳곳에 장미가 만발했다.

이제 장미는 흔한 꽃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연인들은 장미를 선물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장미, 꽃의 여왕.

 

 

봄은 외로운 자의 옆머리에도 초록이 자라도록 한다.

(시에서는 무너진 성벽을 외로운 자의 옆머리로 표현)

봄은 몸은 나른하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봄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몸을, 혹은 마음을 공중에 가볍게 뜨게 한다.

가벼운 바람,

두둥실 구름.

 

코로나가 주춤한 지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늦봄에.

 

아직 봄을 즐길 수 있다.

바람은 후끈하지 않다.

햇빛은 찌는 듯하지 않고,

꽃은 여기저기 색을 입히고,

 

모든 것이 가볍다.

생각도

기분도

감정도

정서도

느낌도

 

봄은 무엇보다 연인들의 계절이다.

결혼의 계절이다.

 

그리고 딸기.

 

스트로베리시즌이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정말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다.

 

딸기를 수확하는 밭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장난

아름다운 처녀들이 딸기를 따는 밭.

사랑도 빨갛게 익어간다.

 

 

무너진 성벽에서 피어나는

제비꽃들,

 

봄에는 제비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비꽃은 제비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시베리아 동부·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장수꽃·씨름꽃·반지꽃·오랑캐꽃·앉은뱅이꽃·병아리꽃·외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겸양(謙讓, 흰제비꽃은 티없는 소박함, 하늘색은 성실·정절, 노란제비꽃은 행복.

 

 

조동진의 제비꽃을 들으며 늦봄 오후의 졸음 속을 산책한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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